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배터리 인증제’를 도입해 전기차 안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며, 국회에서도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의 안전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는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해도 5월까지 2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40여 대의 차량이 불에 타고 100여 대가 열손 및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지하주차장의 온도는 1500℃까지 치솟았으며, 화재는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은 임시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에서도 기아 EV6 전기차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잇따른 화재 사고에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의 경우 차량 하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배터리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천 아파트 주차장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 에너지’(파라시스)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전기차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제조사는 2021년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파라시스는 글로벌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권 업체로, 품질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다.
일각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를 주차하는 것조차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지만,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2023년 8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험기관에서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안전성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차량등록 시 배터리는 별도 등록하여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을 관리할 계획이다.
피해 보상 문제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피해차량 차주들은 아파트 화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아파트 화재보험에는 대물배상책임 목적물에 건물과 집기도구 등은 포함되지만 자동차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차주들은 자신이 가입한 자차 보험으로 피해 보상을 받은 후, 보험사가 처음 불이 난 벤츠 전기차의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보상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확인되면 벤츠 전기차의 보험사는 다시 벤츠나 배터리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소유·관리하는 자들에게 보험 또는 공제 가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