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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밀면에 담긴 인생, 밀양 '가야밀면'의 성공 비결

음악학도에서 요식업 명장으로, 도제룡 대표의 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깊은 맛

 

밀양의 명물, '원조본가 가야밀면'이 이제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도제룡 대표가 있다. 그는 단순한 요식업자가 아닌, 삶의 역경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밀면 한 그릇에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원조본가 가야밀면'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도 대표의 열정과 땀이 녹아 있는 인생의 집약체다.

 

도제룡 대표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학도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음대에 진학해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음악의 꿈을 접고 생계를 위해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음악을 뒤로하고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요식업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 대표의 첫 요식업 도전은 고깃집이었다. 그러나 이미 고깃집이 포화 상태였던 밀양에서의 도전은 큰 실패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상권 분석과 시장 조사를 통해 차별화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밀면으로 승부를 걸기로 결심했다. 당시 밀양에는 밀면집이 많지 않았고, 창업을 결심하는 이도 드물었기에 초보 창업자로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밀면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메밀이나 전분 같은 냉면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구호물자였던 밀가루를 활용해 만든 것이 바로 밀면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밀면은 부산을 넘어 밀양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도제룡 대표는 밀면을 선택한 것이 옳았음을 점차 깨달았다. 밀면집 운영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그의 가게를 따라 하는 밀면집이 늘어났고, 배워가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현재 그의 제자들이 전국에 약 14개 밀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도 대표는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다. 밀면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밀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배합한 쫄깃한 면발과 돼지 또는 소 사골을 푹 고아낸 육수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보양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원조본가 가야밀면'의 밀면은 그저 그런 밀면과는 다르다. 도제룡 대표는 밀면과 냉면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다. 24시간 이상 푹 고아낸 소고기 육수에 각종 한약재와 신선한 야채, 헛개나무를 더해 깊은 맛을 내는 것이 그의 비법이다.

 

특히 '원조본가 가야밀면'의 비빔밀면은 특별하다. 물밀면과 비빔밀면의 장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물 같은 비빔밀면'은 이곳의 인기 메뉴다. 육수의 깊은 맛과 양념장의 조화는 손님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도 대표는 "육수와 양념장은 우리 가게의 자부심이다. 특히 비빔밀면의 양념장은 각종 과일과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신선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 대표는 밀면의 핵심인 면발을 직접 손으로 뽑는 것을 고집한다. 그는 "기계로 만든 숙면은 맛에서 차이가 난다. 마트에서 파는 칼국수와 손칼국수의 차이라고 할까. 직접 손으로 뽑아야 진정한 밀면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밀면은 숙면과 달리 손으로 반죽해 뽑아내기 때문에 면의 식감이 독특하고, 그가 말하는 '생명줄 같은' 밀면의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도 대표의 밀면 가게는 단순히 음식만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가게에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도 대표는 "처음엔 인기 가요를 틀었는데, 손님들이 흥분하고 시끄러워지더라. 그래서 클래식을 틀어봤더니 손님들이 차분해지고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가 요식업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놓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제룡 대표는 요식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요식업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피와 땀이 들어가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프랜차이즈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기술과 노력이 성공의 열쇠임을 강조했다. 그는 가게를 확장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점차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게가 정상일 때 넘겨야 한다"며, 음식점을 팔아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그는 "다음 사람이 가게를 이어받아 잘되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 대표는 가게를 확장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점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제룡 대표에게 '가야밀면'은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다. 그는 "가야밀면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가야밀면은 가족들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생명줄 같은 존재다"라고 말한다. 밀면은 그의 인생 그 자체이며, 도 대표는 앞으로도 밀면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써 내려갈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는 없지만, 막내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는 계속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느 가정의 가장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제룡 대표의 인생은 밀면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고 있다. 음악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밀면집은 그에게 새로운 꿈과 열정을 심어줬다. 지금도 그는 '원조본가 가야밀면'을 찾는 손님들에게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있다. 그의 밀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와 따뜻한 마음이 담긴 한 그릇의 인생이다. 

 

도제룡 대표의 '원조본가 가야밀면'은 과거의 노력이 현재를 밀어주듯, 현재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곳이다. 그의 가게는 마치 수레를 끄는 사람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처럼, 한 걸음씩 전진하며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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