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가톨릭 전례력의 새해 첫날인 오는 29일 대림 제1주일부터 마지막 날인 내년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한다.
‘성 김대건 신부님 희년’은 한국의 첫 가톨릭 사제로,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해 1984년 성인품에 오른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지정됐다.
주제 표어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이다.
희년의 첫날인 29일 낮 12시에 개막 미사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공동 집전하며, 주례와 강론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맡는다. 미사 중에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 강복 메시지를 한국 교회에 전달하며, 염수정 추기경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상’을 명동대성당 제대 오른 편에 모시면서 축복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개막 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해, 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개막 이후 오는 2021년 희년 기간에 거행될 주요 행사는 6월 11일 예수 성심 대축일에 교구별로 실시될 희년 사제 대회, 8월 21일 성인의 탄생지인 솔뫼 성지에서 봉헌될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8월 17~19일 대전교구 희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 10월 28일 수원교구 희년 기념 학술대회 등이다. 희년 폐막 미사는 2021년 11월 27일 전국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될 예정이다. 서울 대교구의 ‘김대건 신부 치명 순교길’ 도보 순례, 대전교구의 내포 도보 성지 순례, 수원교구의 ‘청년 김대건 순례길’ 스탬프 투어 등 김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가는 순례 프로그램도 전국에서 수시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 시대의 신앙인을 향한 질문,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희년’(禧年, Jubilee)은 구약성경 시대로부터 유래된 가톨릭 교회의 전통으로서, 교회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100주년 또는 50주년 단위로 기념하면서 거행된다. 이때 용서와 해방의 정신에 따라 고해성사와 영성체, 기도와 신심 행위 등을 전제로 신자들에게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하는 전대사(全大赦)를 수여한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순교 영성을 알리고 신자들의 기도와 신앙 실천을 돕고자, 주교회의는 ‘희년살이 안내서’ 단행본과 온라인 특별 페이지를 통해 희년 담화와 기도문, 신자들의 신앙 증진을 통한 희년 전대사 수여 조건, 전국 16개 교구가 지정한 희년 순례 성지와 성당 187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희년의 주제 표어이기도 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번 희년은 한국 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을 삶의 중심 자리에 굳건히 세우고, 신앙이 주는 참기쁨을 나누는 초대의 잔치”임을 환기했다.
이 주교는 또한 “인간의 진정한 위대함은,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있지 않고, 나약함과 한계를 인정하며 모든 것의 근원이신 주님께 의탁하는 자세에 있다”면서, “우리 각자가 지고 있는 십자가와 세상이 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세상에 증거하도록 일상에서부터 용기를 내어 실천하자”고 권고했다.
표어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는 주교회의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며,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기 전 관아에서 심문당할 때 받은 질문에서 인용된 문장이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관장의 질문은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천주교인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므로, “질문을 받은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다시 한번 새기고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것이 주제를 제안한 김일회 신부의 설명이다.